
올해 초 국내 건설시장은 숫자만 놓고 보면 단순한 침체라기보다, 일부 거래 회복 조짐과 공급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의 2026년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주택 인허가는 1만6,531호로 전년 동월 대비 26.4% 감소했고, 서울은 1,226호로 55.9% 줄었다. 같은 시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576호,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은 2만9,555호로 전월보다 3.2% 늘었다.
겉으로는 수도권 일부 착공이 늘어난 지점도 보이지만, 이를 곧바로 시장 반등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1월 수도권 착공은 7,529호로 전년 동월 대비 88.9% 증가했지만, 이는 인천·경기 일부 대규모 택지사업 영향이 컸다. 반면 전국 준공은 2만2,340호로 전년 동기 대비 46.5% 감소해, 실제 입주로 이어질 공급 흐름은 여전히 약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현장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도 좋지 않다. 국가데이터처가 3월 4일 발표한 2026년 1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건설기성은 전월 대비 11.3% 감소했다. 건설업은 수주보다 실제 공사 실적이 현금흐름과 고용, 장비 운영에 더 직접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흐름은 중소·지역 업체일수록 더 크게 체감될 수밖에 없다. (국가데이터처)
연구기관들도 올해 건설시장을 낙관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026년 전망에서 공공부문은 소폭 회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민간 건축 중심의 부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같은 맥락에서 2026년 1분기 역시 “공공 중심의 제한적 회복”과 “민간부문 부진 지속”이 함께 나타날 것으로 진단했다. 즉 시장 전체가 한꺼번에 살아나는 반등보다는, 공공과 민간, 수도권과 지방의 온도차가 더 커지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정부도 이런 부담을 의식해 지방 미분양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 8월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입 규모를 3천호에서 8천호로 확대하고, 매입상한도 감정평가액의 90%까지 높였다. 이어 2026년 예산에도 지방 준공 후 미분양주택 5천호 매입 추진 예산이 반영됐다. 다만 이런 조치는 유동성 완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민간 공급심리와 지역 수요 자체를 단기간에 되돌리는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건설폐기물과 자원순환 업계도 별개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부는 2월 24일 건설폐기물의 처리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배출자의 자가재활용 세부 절차를 추가하고, 덮개 설치로 간주할 수 있는 기준을 보완하며, 임시차량 운영의 법적 근거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건설 물량이 둔화되는 국면일수록 남는 현장은 더 까다로운 행정과 선별, 운반, 보관 기준 속에서 돌아가게 된다는 점에서, 현장 실무자들은 단순 물량보다 행정 변화와 처리 기준 강화에 더 민감해질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
결국 2026년 봄의 건설시장은 “회복”보다 “버티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일부 지역 거래와 공공 발주는 숨통을 틔울 수 있지만, 인허가 감소와 준공 위축, 준공 후 미분양 증가, 그리고 현장 실적 둔화가 동시에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단순한 경기 부양보다, 어떤 지역과 업종이 먼저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